DEAD KOREAN ROAD TRIP - knots



실, 끈,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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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속도가 무서워. 차를 타고 달리는 한 죽음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야. 죽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귀를 찢듯 울리는 경적소리와 운전자의 험악한 욕지거리와 단속카메라에 감사해야 해. 도로 위 사소한 실수로 매일 사람들은 으깨지지만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매일 가죽 시트에 앉아 벨트를 메고 페달을 밟으며 창문을 내리고 볼륨을 올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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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엔 부모님 차를 타고 자주 여행을 떠났어. 행선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의 경험은 아직도 생생해. 나의 로드트립. 차창 뒷편에는 늘 노을이 지고 있었고 카오디오에서는 80년대를 풍미한 팝 음악이 흘러나왔지. 아루바, 자메이카, 코코모, 버뮤다, 호텔 캘리포니아, 상상 속의 사랑스러운 꿈속의 여행지를 노래하는 노래들. 여로에 잠든 나는 멀미에 시달리며 꿈에서 깨 고속도로에 내려 토악질을 하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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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탔던 버스 좌측에 승용차가 충돌했어. 나는 깜짝 놀라 충돌의 영향이 가장 컸을 자리에 앉은 승객에게 괜찮냐 물었어. 다행히 모든 이들이 무사한듯 했지. 서있던 이들도 넘어지지 않았고. 버스 기사는 운전석에서 내려 사고 현장을 살펴보며 사진을 찍고 상대 운전자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 아마 보험처리를 위한 절차였겠지. 몇 분이 지나자 승객들은 출발하지 않는 버스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말야. 나도 내심 허비되는 시간에 불안함을 느꼈지. 우리 모두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는 게 최우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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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디 작은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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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경계를 넘나들던 출근길과 퇴근길, 하루 평균 3시간, 4시간을 버스와 열차에 갇혀있을 때 내 영혼이 눈 붙일 곳은 없었어. 앉을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눈치껏 귀를 막고 구석에서 잠을 청하는 게 전부였지. 내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창밖을 보는 거였어. 하는 수 없이 매일 반복해서 지나가는 출퇴근길 풍경을 관찰했지. 뭐라도 있지 않을까. 뭐라도 있다면 좋겠다. 나를 슬프게 하든 기쁘게 하든 상관없으니 뭐라도 느껴지면 좋겠다. 같은 풍경을 다르게 마주하고 새롭게 이해하려 노력하는 게 내 유일한 탈출구였지. 쓰레기 같은 시간을 헤집으며 아름다움을 찾아야 했어. 이 행위가 아니었다면 나는 도저히 그 긴 시간을 견딜 수 없었을 거야.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어. 이건 내가 원했던 로드트립이 아니니까. 홀린듯 지나가는 풍경의 속도가 멈추면 나는 승차와 하차를, 출근과 퇴근을, 멀미와 토악질을 반복해야만 하니까. 운전자와 승객들은 빠른 속도로 도시의 경계를 오가는 게 곧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것과 똑같다는 걸 언제 깨닫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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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로드트립이 좋아. 차와 속도가 멈추길 바라지만 매일 어딘가로 떠나는 상상은 멈출 수 없어. 세상에 차 없이 떠날 수 있는 로드트립도 있을까? 모두 한데 모여 자신만의 속도로 움직이다 텅 빈 주차장과 도로에 멈춰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노곤한 몸을 벤치에 눕힌 채 별을 찾다 잠에 드는 거지. 세상이 그리고 우리가 더이상 자라지 않기를 바라며.